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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화개여행] 개빡센 지리산둘레길 15코스와 하늘호수차밭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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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15코스 (가을 겨울에 가지마세요.. 다른 코스 가세요..) 와 하늘호수차밭쉼터

 

하동(화개)여행 둘쨋날은 지리산둘레길 15코스를 걷기로.

지리산둘레길 걸어보는 거 올해의 위시리스트에 있었는데, 코스가 너무 많아서 어떤 코스로 갈지 고민했다.

구례에 사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3코스를 추천했는데 (길이 너무 아름답다고)

그 친구가 지리산에 왔으면 하늘호수차밭쉼터도 꼭 가보라고 추천하기에....

근데 하늘호수차밭쉼터가 15코스 끝자락에 있길래.. '15코스 걷고 하늘호수차밭쉼터 가야겠다~'하고 15코스를 걷기로 생각없기 결정.

그렇게 15코스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제대로 서치하지 않은 채 시작점에 올랐다. 

 

지리산 둘레길 15코스 (원부춘~가탄, 13km, 난이도 상)

코스 길이: 12.6km

예상시간: 5~6시간

난이도: 개빡셈 (엄청난 경사, 길이 별로 안좋음)

 

15코스는 원부춘이라는 마을의 마을회관에서 시작된다.

이상하게 카카오맵에는 이 코스가 14코스라고 나오고 네이버에는 15코스라고 나온다.

여튼 원부춘부터 가탄까지의 코스이고 해발 700미터의 산을 넘어야한다. 그리고 매우매우매우 가파르다. 

지리산 둘레길 중에 제일 힘든 코스 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는 13km라는 정보만 보고 '그정도면 4시간이면 걷겠네!' 생각했지만.. 경사때문에 1시간에 1~2km를 겨우 걸음...

 

지리산둘레길 15코스 무인쉼터

15코스 걸을 때 주의해야할 것! 원부춘마을에 먹을게 진짜 없고 장볼 곳도 없다. 꼭꼭 걷기 전에 읍내에서 간식거리 사서 가기를 추천.

우리는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시작점으로 갔는데 거의 아무것도 못사고 배도 슬슬 고플 시점이었어서 절망했다... (마을 가면 뭐라도 있을 줄 알았지)... 다행히 시작점부터 30분 정도 걸으니 무인 매점이 있어서 이곳에서 요기를 할 수 있었다. 

품목이 많지는 않았고, 컵라면과 끓여먹는 라면, 과자 종류, 카레나 짜장같은 간편식들이 있었다.

조그마한 주방과 전자레인지도 있었다. 여기서 컵라면 2개 사서 둘이 먹고, 홈런볼과 새우깡을 샀다.

이거 없었으면 정말 어지러웠을뻔 했다. 

15코스 오르막 구간

배를 뜨듯하게 채우고 걷기 시작. 처음 2시간 정도는 미친 오르막 구간이다. 

11월 초에 걸었는데도 초반 5분 걷고 겉옷 다 벗고 반팔 입고 걸었다. 

아스팔트 길이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보여서 '둘레길 이렇게 다 아스팔트인건가..?' 싶었지만 끝이 있긴 있었다.

오르막은 모두 아스팔트길이라고 보면 된다.

이 길도 물론 예쁘긴 하지만, 길 자체가 차도가 길어서 주민분들이 "이 코스는 재미 없는 코스다"라고 하셨다.

 

2시간 정도 걸으면 꺾는 구간에서 이렇게 흙길이 시작된다. 이곳에 화장실도 있다. 

그리고 지.옥.의.내.리.막. 시작

사진에 다 안담기는 경사. 두번째 사진은 돌계단길이다.

혹시 지리산둘레길 15코스를 걸으려는 사람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다른 코스 가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낙엽이 다 진 시기라면.

15코스는 경사가 너무 가파른 구간으로 유명하고(다 걸은 후에 검색하고 알았다),  우리가 갔던 시기인 11월 중순에는 낙엽이 너무 많이 쌓여서 길이 아주아주 미끄러웠다.

 

높은 돌계단 길을 하염없이 내려가야하는데 돌이 안보이고, 보인다해도 이 돌이 단단히 박혀있는 길인지 그냥 굴러다니는 큰 돌인지 구분이 힘들다.

 

몇 번을 자빠질 뻔 하고 실제로 한두어번 자빠졌는데, 길이 좁고 바로 옆은 낭떠러지 같은 길이라서 급경사 구간은 네발로 내려왔다ㅠㅠㅠㅠㅠㅠㅠㅠ

걷는 사람도 정말 없었다.

등산할 때 저렇게 리본 보이면 평소에는 '뭐야 왜 쓰레기들을 달아놔..' 했는데 이번 등산길엔 저런 리본들도 반가웠다..

'우리만 이 길을 걷는 건 아니구나.... 끝이 있긴 하겠구나..' 싶어서 ... 

사람이 그리워지는 길...

 

그러케... 2시간을 내려오니 평지가 나오긴 나왔다..... 

무릎이 너무너무 아파옴... 

 

지리산둘레길 15코스에 있는 하늘호수차밭쉼터

내리막을 다 내려오면 보이는 하늘호수차밭쉼터. 

원래는 걷는 사람들이 주로 쉬어가는 공간이었는데,

여행 관련 유명 페이지에서 다뤄간 후 갑자기 사람들이 우루루루루루 몰려왔다고 한다.

좁은 골목에 차를 대고 와서 주민들 민원도 많이 받으셨다고....  그래서 한동안 영업을 못하셨다고 한다. 많이 힘든 시간이셨다고 하셨다.

차 가지고 가는 사람들 꼭 주차자리 지켜서 주차하면 좋겠다.

그리고 SNS에서 핫플 만드는 사람들은 제발 쫌 - 동의 얻고 올리고, 후폭풍을 생각해주었으면. 

 

입장료를 내고 입장하면 사장님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미숫가루, 짜이, 모과모히토를 마셨는데 다 너무 맛있었다. 

인도 맥그로드간즈에서 보던 뷰와 흡사했던 산뷰... 아니 더 아름다움.... 

사직동그가게 지기분에게 선물받으셨다는 티베탄 깃발과 너무 잘어울리는 곳.

 

다리가 후달거려 힘들었는데 달달한 미숫가루랑 두유 짜이 마시니 몸이 훅 노곤해졌다. 

사장님이 배낭여행으로 인도와 산티아고길을 다녀오셨어서 (공통의 관심사) 여행 이야기도 오래 하고,

이 곳을 추천해준 친구 (공통의 지인) 이야기도 많이 나눔.

사장님의 인생 이야기 넘 흥미로웠다. 

 

이곳은 의자가 참 멋있는데, 태풍에 휩쓸려온 젖은 땔감들로 사장님 남편분이 직접 다 만드신 거라고 했다.

감각 정말 최고. 테이블마다 적혀있는 시 같은 문장들도 좋았다. 

 

사장님께서 다음에는 둘레길 1~3코스를 꼭 걸어보라고 하셨는데,

봄에 꼭 걸으러 가봐야겠다. 그리고 조금 멀더라도 꼭 다시 이곳에 와서 짜이 마셔야겠다고 다짐.

죽음의 15코스.... 하늘호수 덕분에 기억 미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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